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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연기되고 있는데…"사직 장기화돼도 의료정상 가동"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대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떠나며 대형 병원이 비상진료체계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는 집단 사직 사태가 2~3주 이상 길어져도 의료시스템의 정상 가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겸 보건복지부 2차관은 21일 중수본 정례브리핑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더라도 의료시스템은 정상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의 기본권이라는 주장이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인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밝혔다.우선 박 차관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는 것은 헌법상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자신들의 권리를 환자의 생명보다 우위에 두는 의사단체 인식에 장탄식의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박 차관은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의 기본권이라는 주장이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인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 역시 인간의 생명권은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의료법 제59조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는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복지부가 지난 20일 22시 기준으로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이들 병원의 전공의 약 71.2% 수준인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상종 환자 50% 지역병원 진료 가능...상종은 중증·응급 집중"정부는 전공의 공백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진료대응체계를 확고하게 유지해 중증·응급치료에 차질이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박 차관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더라도 의료시스템은 정상 가동될 것"이라며 "현재 상급종합병원 입원 환자의 약 50%는 지역의 종합병원이나 병원급에서 진료 가능한 환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 연계 회송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다만 정부가 대응 가능한 일정을 구체화할 경우 의료계의 파업기간 설정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기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의과대학의 경우는, 20일 기준 총 27개 대학교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한 상황이다. 아직 요건 충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박민수 차관은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3개교로 파악됐으며 해당 학교에서는 학생 면담, 학생 설명 등을 통해 정상적 학사운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한편,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와 관련해서도 의료개혁 차원에서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박민수 차관은 "의료계는 필수의료정책 패키지가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정책이므로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각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의사협회와 합의한 바도 있다"고 강조했다.박 차관은 "필수 분야의 사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을 제정키로 했고 조만간 법안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수가 공정성 제고를 위해 필수의료 분야에만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도 했다"고 전했다.이어 "정부가 마련한 정책 패키지의 각론에 대해 의사단체 이견이 생길 수 있지만 전면 백지화는 그동안 협의한 모든 필수의료 지원 정책을 중단하라는 의미"라며 "대안 없이 모든 것을 거부하는 반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수정하기를 바라는지 밝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4-02-21 12:01:27정책

응급의학과 교수가 본 이재명 피습 사건

메디칼타임즈=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 새해 벽두부터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피습 사건으로 온나라가 떠들썩했다.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2024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제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병원에서도 퇴원한 이후 시점이 되어, 다시 차분히 의료계에서 벌어졌던 관련 논란에 대해 생각해 본다.먼저 수술 후 퇴원하여 외래 추적 관찰 예정이실 제1야당 대표의 쾌유를 빌며 가족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해당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또한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장에서부터 수술, 입원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 단계마다 수고해 주시고 지금도 수고하고 계신 부산광역시소방재난본부 119구급대원들과 부산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 모든 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정치나 진영 논리에 관계없이 철저하게 응급의학적 관점에서 관련 사안에 대하여 몇 말씀 드려보고자 한다. 특정 정당이나 환자 본인 또는 그 가족을 비난하거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이제는 언론 보도를 통해 충분히 밝혀진 바, 몇 가지 사실에서는 이론이 없는 듯하다. 그것은 피습 현장에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까지 119구급대가 구급차와 소방구급헬기를 이용하여 신속히 이송했고,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의사 선생님들께서 CT촬영 등 관련 검사 이후 응급 수술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응급구조사 자격이나 간호사 면허가 있는 119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환자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필요한 응급처치를 시행하며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은 매우 기본적이며 중요한 응급의료의 시작점이다.119구급대원은 관련 법률과 규정에 따라 각 소방본부 119상황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24시간 상주하고 있는 구급지도의사의 직접의료지도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체계는 2012년부터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전국에서 119구급대원의 직접의료지도를 야간과 휴일 없이 24시간 365일 시행하고 있다.피습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원은 목 부분을 칼에 찔려 일반인들이 지혈하고 있는 바닥에 누워 있는 환자를 처음 접했을 것이다. 목 부분은 기도, 식도, 동맥, 정맥, 척수 등 중요한 장기들이 인체에서 비교적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흔히 말하는 '급소'다.살갗에 눈에 보이는 '1cm 정도 열상'만 확인했다고 해도 중증외상 의심 환자로 판단하여 구급차와 소방구급헬기를 이용하여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이 아니라, 최종 치료가 가능한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 즉,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신속히 이송한 것은 올바른 것이었다.이를 두고, '열상'이니 '자상'이니, 상처가 1cm이니 1.4cm이니, 2cm이니 논란하면서 심지어 가짜 뉴스 운운하고 어떤 의도가 숨어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안타까운 정치적 논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119구급대원들이 현장 평가와 응급처치를 하면서 구급차, 소방구급헬기를 이용해 권역외상센터로 신속히 이송한 것이 'fact(사실)'이고 지역의 응급의료체계가 바르게 작동한 것이다.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도 우리나라 최고의 권역외상센터답게 바로 외상외과 의사 선생님들께서 진료하고 CT검사를 통해 경정맥 손상을 확인하여, 신속히 응급수술을 준비하고 수혈할 혈액을 신청했다는 것이 언론의 보도로 확인된 사실이다.문제는 이후에 벌어 졌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가족이 원한다'는 이유로, 가족의 간호 편의성, 심리적 안정감, 당무의 연속성 등의 이유로, 국토의 끝과 끝이라 할 수 있는 부산에서 서울로 이송을 원하여 이송하면서부터 전국적으로 논란이 발생했다.콕 찝어서 원한 이송 병원이 서울대병원이라는 사실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소방구급헬기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국민적 감정선을 더 건드렸을 것으로 짐작된다.중증외상 환자를 포함한 중증응급환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원한다고 이송 병원이나 전원 병원을 임의로 정해서는 안 되며, 현장에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 결정은 119구급대원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물론 119구급대원은 활력 징후 측정, 한국형 중증도 분류도구를 사용하여 바르게 현장 평가를 시행하고, 119상황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구급지도의사의 직접의료지도를 받으며, 119상황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해당 응급의료기관으로 사전 연락을 시행하여야 한다.응급의료기관에서 만약 수술, 시술, 입원과 같은 최종 치료가 어려운 경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도 그렇게 규정하고 있고, 당연히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이때,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 의료진 판단에 따라 최종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사전 연락하고 수용 여부 확인하여 전원 절차를 통하여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안전한 이송을 하여야 한다.이번 사례에서, 부산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응급수술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되지만, 정말 백번을 양보해서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이 안 되는 경우였다고 치자.그렇다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이 가장 먼저 가까운 부산 지역 내 해당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에 먼저 연락하여 전원 요청을 하고, 부산 지역 내 병원에서도 모두 해당 수술이 가능하지 않다면, 인근 울산이나 대구 지역 병원 순으로 순차적으로 전원 가능여부를 알아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2014년 이래 현재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활발히 전원 조정 기능을 하고 있다.어떤 분들은 국가 의전 서열 8위의 제1야당 대표로서 헬기 이송과 서울대학교병원 이송이 마땅하다는 논리로 얘기한다. 여당 소속 광역시단체장 한 분도 그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셨다. 건강 검진이라면, 또는 만성 질환 진료를 위한 것이었다면 그 논리도 타당한 면이 있을 수 있겠다.그런데 시간을 다투는 중증외상환자에서, 해당 정당에 인재 영입된 의사 선생님 한 분이 당 대변인과 함께 진행한 공식 브리핑에서조차 "초기에 매우 위중한 상태에 놓였었고, 천운이 목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경정맥 둘레의 60%가 손상된 심각한 부상"이라고 하였다.국가 의전 서열을 고려하여,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에 현장에서 소방구급헬기로 빠르게 이송되어 이미 응급 수술 준비가 된 환자를 굳이 국토의 끝과 끝 정도인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송하다가 만약 사망이나 영구 장애가 발생하였다면 그래도 그런 의전을 따질 것인가?이것은 국가의전서열 대우의 문제가 아니라, 중증응급질환,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이다.헬기는 죄가 없다.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살리는데 있어 필요하다면 헬기 이송의 비용 부담 정도는 할 수 있는 경제력은 갖추어져 있다. 영어로 ambulance는 구급차, 구급헬기, 구급비행기, 구급정(ship), 구급스노우모일 등 응급의료에 이용되는 모든 탈 것, 운송수단(vehicle)을 의미한다.따라서 이송 거리나 이송 시간, 환자 중증도, 환자 상태를 고려하여 구급차를 이용하던 구급헬기를 이용하던 그것이 큰 문제가 되거나 특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현재도 소방구급헬기의 이용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서울 지역에서도 관악산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뿐 아니라, 경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등산 중 발목 부상이 발생해서 걷기 어려운 경우에도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들것으로 산 정상에서부터 아래까지 이송하기는 어려워 소방구급헬기가 출동하고 있다.물론 병원간 전원에도 소방구급헬기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제주도, 울릉도, 백령도와 같은 도서 지역 병원에서 육지의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이 주를 이루지만, 중증외상 환자에서 권역외상센터로 전원, 응급수술, 중환자실 입원을 위해 의료기관으로 전원이 소방구급헬기로 이루어 지고 있다.이번 사건 관련 논란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꼭 필요한 소방구급헬기를 이용한 병원 간 전원이나 현장 출동이 위축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겠다.이미 소방청이나 부산광역시소방재난본부에 대한 경찰 고발이 접수되었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었는데, 현장 119구급대원들과 소방구급헬기 기장, 부기장, 정비사 등 소방항공인력들에게는 국민들의 격려와 성원이 필요하지 절대 이번 사건 관련 논란과 경찰 수사로 인하여 사기를 꺾어서는 안 되겠다.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119구급차이든 소방구급헬기이든 병원간 전원에는 반드시 전원 보내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동승하여야 한다. 이번 사례에서도 부산대병원 의사 선생님 한 분이 동승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이는 보통의 구급차가 환자 이송 시 지켜야 하는 의료인 또는 응급구조사 탑승 의무보다 더 엄격한 법률적 의무 사항으로, 의사 선생님이 동승하여 전원할 정도의 중증응급환자, 중증외상 환자에 한하여 소방 119구급대에서 병원간 전원을 수행한다는 의미이다.해당 법률 조항이 없다면 지불해야 할 요금이 없는 소방 119구급대가 병원간 전원에 남용될 소지가 있고,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 환자 평가와 응급처치, 응급의료기관으로의 이송을 담당하고 있는 소방 119구급대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없게 되어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안전망에 큰 구멍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따라서 대부분의 병원간 전원은 흔히 사설이송업체라고 불리는 민간 구급차가 담당하고 있으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송요금을 환자로부터 받고 있다.제1야당 대표의 피습, 중증 외상이라는 점을 가리고, 응급질환의 경우로 다시 생각해 보자. 정말 시간을 다투는 심근경색증을 예로 들어 보겠다.심전도상 급성심근경색 소견이 명백한 전형적인 극심한 흉통이 발생한 환자를 119구급대가 빠르게 관상동맥조영촬영검사와 시술 준비가 다 되어 있고, 시술 경험도 충분히 많은 의료진이 있는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하였다.그런데도 국가의전서열을 따지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위해 그리고 심장은 "중요하고",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한다"며 "가족이 원해" 먼 거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헬기 이송을 한다고 하면, 헬기 아니라 로켓으로 이송해도 이송 중 심정지가 발생하면 충분히 치료하고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을 잃게 되는 정말 안타깝고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그런 논리라면, 현재 소방구급헬기나 보건복지부가 운영하고 있는 닥터헬기 운영 규정에는 국가의전서열을 고려하는 항목은 없다는 사실도 또한 말씀드린다. 향후에 국가의전서열에 걸맞는 대우를 위하여 소방구급헬기나 닥터헬기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시다면, 차라리 차제에 관련 기관에서 해당 규정을 제정 또는 개정하시도록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번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에 소방구급헬기를 이용해 이송한 것 자체는 관련 법률이나 소방청 내규에 따른 것으로 불법적이라거나 과도한 특혜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해당 정당의 국회의원 한 분은 "목 부위에 살해 의도를 가진 피의자로부터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이었다"며 "본인이랑 가까운 사람, 본인의 가족이라고 생각을 해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며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서 말했는데, 누구든 자기 목숨 자기 가족의 건강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며, 목숨을 잃은 뻔한 응급 상황에서 그 목숨을 골든타임 내에 지켜 드리기 위해 응급의료체계가 있는 것이란 사실을 아직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제1야당 원내대표는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서 관련된 의료계의 논란을 심지어 "가짜 뉴스" 취급하고, "일부 부적절한 의사"로 매도하기도 하였다. "가족이 요청"하고, "병원간 협의"하여, "응급의료체계에 따른 구조 절차에 따라서 다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했다.위에서 말했듯이 이러한 응급의료체계를 깡그리 무시하고, 콕 찝어서 서울대학교병원을 지정하여 전원 요청을 하고, 병원 간 협의를 거쳤다고 그것이 어떻게 응급의료체계에 따른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는가?공당의 국회의원, 그것도 제1야당 원내대표가 공중파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번 사례를 '응급의료체계를 따랐다'고 얘기하면, 이후 국민들께서는 중증응급질환이나 중증외상 발생 시 자신이 원하는 병원에 연락해 달라고 하고 전원 가겠다고 하면 현장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여 이해시키고 대처해야 할까?현재도 환자가 자신의 원하는 연고지 병원으로 전원가는 경우는 흔하며, 환자가 원하는 병원에 의료진이 연락하고 해당 병원에서 수용하면 민간 사설 구급차를 불러서 환자가 이송요금을 내고 전원한다.이송 시간이 다소 걸려도 되는 응급하지 않은 경우인 것이지, 중증응급질환, 중증외상 환자에서 진료 능력이 충분한 해당 병원에서 이미 수술 준비, 입원 준비까지 하고 있다. 환자나 가족이 원하여 '잘 하는'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요금도 무료인 소방구급헬기로 빨리 전원해 달라고 한다면,자신들도 '응급의료체계를 따라서' 전원해 주면 되지 않겠냐고 한다면, 과연 그것이 진정으로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도움이 되겠는가? 이송 중에 만약 심정지가 발생한다면, 구할 수도 있었던 귀중한 생명을 어이없이 놓치게 되는 것이고, 혹은 적정한 시간내에 수술이 이루어졌으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영구적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심지어 뉴스 보도 전문 방송에서 해당 정당 측의 패널로 참석한 어떤 분은 이번 사례에서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이 대표나 민주당에 반(反)하는 의료행위들이 진행돼서, 만약에 혹여라도 비극적인 상황이 일어났다고 치면 이건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이는 실로 부산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의사 선생님들을 모욕하는 것을 넘어, 모든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에 대한 근거없는 중상이다.'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현대적 상황에 맞게 수정한 제네바 선언의 한 대목을 굳이 끌어 오지 않더라도, 어느 의사가 어느 간호사가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해가 되는 의료 행위, 간호 행위를 할 것인가?제발 정치가 의료를, 특히 응급의료체계를 망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의료는 특히 응급의료는 정치 논리, 진영 논리가 개입되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각 지역마다 응급의료체계가 튼튼해야 하며, 이제까지 우리나라도 혈세를 쏟아 부어 권역외상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아전문센터 등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을 비롯한 의료진들이 야간과 휴일 없이 24시간 365일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지역의 응급의료체계를 무시하고, 흔들어 버리고, 보호자가 원하는 대로 이송하고 전원하게 되면 향후 우리의 응급의료체계가 온전히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그 결과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국민이 될 것이다.이 사건 관련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지역의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이며, 중증응급환자, 중증외상 환자일수록 환자 향배 결정에서는 현장에서는 구급지도의사의 직접의료지도를 받은 119구급대원의 판단에 따르고,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응급의학과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고 따라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중한 나와 가족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정말 소중한 국민 한분 한분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이러한 우리 응급의료체계를, 그리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전공의들을 존중하고 신뢰해 주시기를 바라며, 국민들께서도 응급의료체계에 대하여 바르게 인식하고 이용해 주시기를, 많은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그리고 정치권부터 앞장 서 주시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2024-01-15 05:00:00오피니언

의주빈이라면서 사명감을 요구할 수 있나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최근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기사를 보다가 충격적인 댓글을 봤다. 의사와 성범죄자인 조주빈을 합쳐 의주빈이라고 부르는 내용이었다.의사들이 수술실 CCTV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언가 찔리는 게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이 기사에서 수술실 CCTV가 환자와 의료진의 인권을 침해하고,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소신 진료를 위축시킨다는 의료계 주장은 이미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이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수의료 대책 없는 증원은 결국 피부·미용만 키운다는 의료계 우려는 이 같은 혐오 프레임에 가로막히는 모습이었다.이 밖의 여러 의료 현안에서도 의료계 주장이 합리적이던 그렇지 않던, 모두 의사들의 이기주의와 권위의식으로 귀결되는 분위기였다.물론 의사들의 범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성범죄는 그 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심각한 문제다.하지만 이것이 모든 의사를 혐오해도 되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 이는 직장 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직장인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이처럼 특정 직업에 대해 혐오적인 표현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대다수 직업에서 사명감이 사라지는 이유다.의사뿐만 아니라 경찰·교사·공무원 등, 사회를 지탱하는 다른 직군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혐오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성인(聖人)이 과연 얼마나 될까.무엇보다 재정 순증 없는 지역·필수의료 대책은 의사의 사명감에 기대는 측면이 강하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면서 의사만은 지방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희생과 봉사 정신을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의사를 제멋대로 휘두르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는 셈이다. 의사들이 "더는 사명감을 바라지 말라"고 입을 모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사명감이 만들어지는 원천은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이는 직업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 혐오 표현이 뒤 따라다니고 매번 환자들의 폭언·폭행, 소송에 시달리는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명감을 요구하기 이전에 그 직업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다.
2023-10-30 05:00:00오피니언

'왜?' 질문 던지는 인문학, 의대에서 적극 교육해야

메디칼타임즈=김효찬 학생(전남의대) "생명은 왜 소중한가?"의사라면, 그리고 의사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이 왜 소중한지, 왜 생명을 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의학과 철학이 그리 먼 관계가 아니었다. 많은 철학자는 의학에 대하여 논했고, 고대 의학자들 또한 철학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이후의 사회는 종교를 내치고 이성과 논리를 새로운 신앙으로 삼았다. 그 여파로 의학은 인문학과는 거리를 벌린 채 과학의 한 분야로서 홀로 섰다.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 의학은 공학과 더불어 가장 응용적이고 실전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아 인문학과는 접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물론 인문학, 특히 철학 같은 학문 분야가 현대사회에서 등한시되는 데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원론적인 탐구와 형이상학적인 담론에는 현실성이 부재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실질적인 파급력과 실효성이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문학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과학과는 명확한 경계선이 그어진 지금, 의학에서의 완전한 부재는 사고를 경직적으로 만드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았다. 의학은 더 이상 목적을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더 나은 연구와, 더 앞서나가는 발전, 혁신적인 기술과 효율적인 시스템. 그것들은 물론 중요하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것에는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많기에 더더욱. 그러나 우리는 과연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는 하는가? 우리가 달려 나갈 때마다 남기는 발자국들이 어떤 여파를 남길지에 대하여?인문학은 이러한 생각을 촉발한다. 본질적인 "왜?"라는 질문을. 왜 생명은 소중한가? 우리는 왜 생명을 중시하고 보호해야 하는가? 종교가 모든 것의 해답이 되지 않는 시대에서 '신이 인간을 소중하게 만들었다'는 신학적 관점은 충분치 못하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내가 인간이니까, 같은 표상적인 생각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혹자는 인간이야말로 사유의 주체이기 때문에 모든 가치와 소중함을 결정하고 느낄 수 있는 존재이기에 인간과 그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누군가는 이성과 논리처럼, 인간이 살아있고 존재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에 삶이 소중하다고 말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회와 생태의 귀중한 부분으로서 인간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아리스토텔레스도, 칸트도, 헤겔도 모두 각기 다른 답을 내놓았다. 사실 이런 질문들에 진리처럼 내릴 수 있는 정답은 없다. 그런데도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들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나의 삶과 나의 목적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니까. 특히 의사, 그리고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런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의사는 삶과 죽음, 건강이라는, 너무 중요해서 감정적으로 만들기 마련인 영역을 다루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부분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만큼 그에 대한 고찰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그리고 이러한 인문학의 탐구, 그리고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동적인 사고와 본질적인 고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의과대학에 재학하면서 접해보아야 한다. 물론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실력을 쌓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전적인 수련을 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가 하는 것의 목적, 이유, 그리고 의미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은 왜 소중한가? 그것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정치, 기부 등을 통해 시스템적인 변혁을 꾀하는 것만큼이나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사가 되었을 때 자신이 할 일의 무게를 깨닫고 그것의 의미를 스스로 세우는 것.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이 만들어진다면 그 사람의 말, 행동, 그리고 삶은 근본적으로 물결치듯 변해갈 것이다.이렇게나 큰 무게를 담고 있는 기회를 바로 의과대학에서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대학교에서 기본교양으로 철학사를 한 학기 듣는 것, 개인으로서 인문학 서적을 읽는 것은 그저 피상적일 따름이다. 의사가 될 사람들이 모여서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고 겪은 선배 의사의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철학을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생명의 중요함과 사람의 무거움에 대해 진지하게 담론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대생으로서 의사가 되었을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생각, 그리고 원론적인 성찰을 해 볼 수 있다. 그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래서 자신만의 올바름이 생길 수 있도록.공부양이 많지 않은 예과생 때, 철학과와 의과대학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필수교양을 개설하여 의대생에게 필요한 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으로는 본과생 때도 수강할 수 있는 인문학 강의를 만드는 것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문학이 그저 수업, 즉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의무로 전락하지 않고, 유의미한 담론이 펼쳐질 수 있게끔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인문학은 영어로 'Humanities'로 번역된다. 인문학은 그저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관련된 모든 것이라는 말이다. 철학은 비단 어려운 수사학이 아니다. 삶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의 총체일 뿐이다. 그 어떤 영역도, 학문도 인문학과 철학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하물며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의학에서 어떻게 그러겠는가. 의사가 되는 이라면 누구나 읊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마저 의사의 윤리에 대한 고대 그리스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인문학은 어디에나 있다. 그것을 끄집어내어 생각을 다시 깨우고 그래서 더 나은 의사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지 않을까. 
2023-02-13 05:00:00오피니언

또 다시 돌아온 보건의료 골든타임

메디칼타임즈=김지홍 교수 김지홍 교수. 임인년을 맞이 한지도 엊그제 같은데 금년도 벌써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대선과 함께 정권이 바뀌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의료계 또한 마찬가지로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물론 코로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뉴스일 수 있겠으나, 상반기에는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이, 하반기에는 필수의료가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다.하지만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으며, 필수의료의 정의의 단계에서 정체되어 있다. 다수의 논쟁이 그렇듯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중요한 논점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이와 같은 소모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의료계 내부에서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고 정책적으로는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며 결국에는 이와 같은 상황의 중요도가 잊혀질 것이라는 예상은 보지 않아도 자명하다.필수의료 정의와는 별개로, 소위 말하는 메이저 과목들의 전공의 지원 하락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최근 전공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뿐만 아니라 수술과인 외과와 산부인과 등의 약세는 이 시기에 항상 겪는 하나의 연례행사와도 같다.더 큰 문제는 지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수련중간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 역시 일상다반사라는 점이다.매년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각 과에서 강구하지만 그럴 듯해 보이는 임시방편일 뿐 메이저 과목이라는 이름의 큰 배가 계속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그도 당연한 것이 사회적인 뉴스만 보더라도 분만 후 의료사고, 수술실 CCTV 법안 등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들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원율의 증가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욕심일지 모른다.물론 의사라는 직종 자체가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치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서부터 시작하지만, 현실에서 그 선서만을 강요하기에는 이제는 무리가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하루아침에 많은 변화가 생기는 요즘, 의사라는 직종은 오히려 공공재로 퇴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숭고함 만으로는 의사의 인생을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아직까지도 의사 수를 두고 정치적인 논쟁은 지속되고 있고, 증원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필수의료를 증원을 향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단순하게 의사의 증원으로 해결될 만큼 필수의료가 간단한 문제일지, 더 나아가서는 증원 자체만으로 필수의료 역시 쉬이 해결될 것이라는 사고는 다소 위험성이 있지 않나 싶다.의사의 증원, 공공대학, 공공병원 이제는 필수의료의 논점에서 잠시 벗어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는 가히 전 세계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각 세부 분과에서의 진단율과 치료 성공률, 그리고 생존율까지 한국의 의료가 많은 국가들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으며, 사용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도 다른 국가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훌륭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의료의 질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항상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병동에 상주하는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의 효과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입원환자가 체감하는 의료의 질과 만족도 또한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현실은 아직까지도 제자리걸음이다.비인기 진료과 혹은 요즘 세대들의 표현에 의하면, 노력에 비해 삶의 질이 현저히 낮은 과들의 경우는 몇 년 후에는 아플 때 과연 누구를 찾아가야 하는 지의 고민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증 입원환자들의 진료가 중심인 대학병원에서 멀어져 있는 기존의사들을 다시 끌어들이게 된다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하나의 대책이 되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 앞에서 아직까지도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직종이 자리 잡았으며, 디지털 헬스 등의 새로운 개념들이 대세가 되는 현 의료계에서 앞으로는 더욱 많은 변화가 다가올 것이다.그렇기에 의료계의 기반이 되는 의료체계는 더욱 중심을 잡아야만 할 것이다.전담전문의라는 직종에서 바라보았을 때, 입원환자의 질 향상 뿐 만이 아니라 전공의 교육, 수술하는 과의 경우는 수술 전후 관리 등 기존 의료진에게 과부하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입원전담전문의가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은 너무나도 많아 보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점은 언제나 숫자와 비율로 시작과 끝을 맺게 되고, 그 사이에서 중요한 논의 사항들은 다시 또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항상 좋지 않은 사건이나, 위기상황이 생기면 여지없이 클리셰처럼 언급되는 단어인 골든타임이 최근 들어 다시 자주 등장하고 있다.숫자의 함정 속에서 그리고 정의의 함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필수의료 역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어 버리는 날이 올지도 모름을 우려해보게 된다.
2022-11-21 05:00:00오피니언
현장

"진료봉사 왜 하냐구요…거창한 말보다 의사이기 때문이죠"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어머님, 또 오셨네요. 날도 추운데 몸은 좀 어떠세요. 혈압 약 처방은 일주일치 입니다. 다음 주에 또 오시면 됩니다.",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준 약 먹고 버티고 있어요. 혈압 약 더 주면 안 되나."지난 6일 라파엘나눔재단은 명동성당 내 운동장에서 홈리스클리닉 무료진료를 실시했다.기자가 방문한 낮 12시 30분 의료진과 봉사자들이 진료 텐트에 속속 도착해 재단에서 마련한 김밥과 음료수로 식사를 하며 정답게 인사를 나눴다.라파엘나눔재단이 지난 6일 명동성당에서 실시한 홈리스클리닉 참여 노숙인들 모습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운동장 한편에 고령층 노숙인 100여명이 모여 진료를 기다렸다.진료는 신경외과 이채혁 전문의(일산백병원 교수)와 재활의학과 김정길 전문의(군의관), 비뇨의학과 문형우 전문의(강남성모병원 교수), 내과 김보미 전문의(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등을 중심으로 4개 진료과에서 이뤄졌다.구정과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되는 홈리스클리닉은 이날 83회를 맞았다.■매주 일요일 명동성당 무료진료 83회째…의사와 간호사·약사 및 봉사자 '참여'진료봉사에는 의료인 못지않게 자원봉사자 역할이 중요하다.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보건의료인 외에도 의대생과 간호대생, 약대생 및 일반인 등 40여명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 휴일을 반납하고 진료 텐트를 찾았다.이날 진료봉사에 참여한 보건의료인과 의대생 등 봉사자들이 진료봉사에 필요한 사전교육을 받았다. 임만택 회장 인사말 모습. 대학별 봉사 동아리인 서울의대 '카사'와 고려의대 '카당', 건국의대 '감사', 이화의대 '하예모', 이화여대 약대 '메디블' 학생들이 중심을 이뤘다.진료봉사 인원이 모두 도착한 오후 1시 인근 건물에서 진료소 배치와 환자 동선, 각자의 역할 등을 알리는 OT가 열렸다. 재단 측은 봉사 인원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라파엘나눔재단 임만택 회장은 "홈리스클리닉 봉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노숙인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겨울이다. 그분들의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건강을 위해 재단은 더욱 노력하겠다. 오늘도 수고해 달라"고 격려했다.■의대생 등 봉사 동아리 주축 "의사 된 후에도 진료봉사 이어갈 것"이날 진료총괄은 소아청소년과 안홍율 전문의(지놈오피니언 이사)가 맡았다.서울의대 학생시절부터 카사 동아리를 통해 진료봉사를 이어온 안 전문의는 "거창하게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른 의무감이라고 표현하기 겸연쩍다. 의대생 때부터 라파엘나눔재단 의료봉사에 참여해 일요일이면 발길이 봉사 현장으로 향한다. 의사로서 그냥 해야 하는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숙인 120여명이 라파엘나눔재단 무료진료를 받았다. 진료텐트 노숙인 대기 모습.건대 의전원 본과 3학년인 서혜은 학생은 "처음에는 봉사 차원에서 참여했는데 올 때마다 기쁜 마음을 느낀다. 의사가 된 후에도 진료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오후 2시부터 진료텐트는 분주해졌다.기다린 노숙인들에게 번호표와 진료표를 배분하고 혈압체크와 질환별 진료과 안내를 시작했다.내과 진료텐트는 노숙인과 의사 간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노숙인들 "혈압 약 더 주세요"…김보미 전문의 "일주일치 드리니 다음 주 또 오세요"여성 노인은 혈압 약을 2주치 달라고 요구하고, 김보미 전문의는 적정 약제 사용을 위해 1주치만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해당 노인은 "선생님 덕분에 잘 버티고 있습니다. 혈압 약 좀 더 주면 안 되나요"라고 물었고, 김 전문의는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후원받은 약제가 한정되어 있어 일주일치 드리겠습니다. 대신 다음 주에 오시면 처방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비뇨의학과 진료텐트에는 남성 노인들의 줄이 이어졌다.내과 김보미 전문의(좌) 등은 휴일을 반납하고 의료봉사에 참여해 노숙인들을 진료했다. 문형우 전문의는 "대부분 노인 분 들이다보니 비뇨기계 질환을 지니고 있다. 간혹 발기부전 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후원 약제 품목에 없다고 설명 드리고 다른 비뇨기계 질환에 적합한 약을 처방해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대학병원 진료와 홈리스클리닉 환자군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요로결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검사장비가 없어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부분이 송구하고 안타깝다"며 "의사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진료봉사 최종단계인 약국도 더 많은 약을 요구하는 노숙인들 곤혹스런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남혜숙 약사는 노숙인에게 "처방전에 명시된 대로 약을 전달했으니 걱정 말고 잘 복용하세요. 위장약도 들어있으니 식사 후 드세요, 말씀하신 소염진통제는 다음 주 오셔서 처방을 받으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참여한 의사들 "진료봉사 의사로서 보람"…곽재복 이사 "남에게 베푸는 봉사가 기쁨"라파엘나눔재단은 개인과 업체 후원으로 진료봉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재정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진료팀을 총괄한 안홍율 전문의(좌)와 재단 곽재복 이사(우)가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제공, 서울대병원 박상용 전 홍보팀장)경제인 출신인 임만택 회장은 "6~7년 전 재단과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정신과와 치과 치료는 재정 문제로 못하고 있다. 아무런 대가없이 동참하는 의료인과 봉사자들에게 감사하다. 많은 분들과 업체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좀 더 많은 후원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재단의 든든한 버팀목인 곽재복 이사는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 진료봉사에 어려움이 발생해 지난해 2월부터 노숙인 대상 무료진료로 전환했다. 지금까지 봉사자와 진료 받은 노숙인 중 확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라고 말했다.증권업에서 정년한 곽 이사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면 남은 인생은 남에게 베풀고 봉사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매주 진료봉사 참여가 저에게 큰 기쁨"이라고 강조했다.이날 오후 5시까지 진행된 라파엘나눔재단 홈리스클리닉에서 노숙인 120여명이 무료진료와 약제 처방을 받았다.
2022-11-09 12:07:52병·의원

교수님, 가독성 떨어지는 PPT 수업은 힘듭니다

메디칼타임즈=최윤갑 학생(가천의대) 무언가 가르치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특히 대학교에서는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의과대학은 예과와 본과로 나눠지는데 예과 때는 대부분 교양과목만 배운다. 1학년 때 생명윤리에 대해 배우는 생명과 나눔, 논리적 문장 구조와 언어 등을 배우는 논리적 사고 등의 교양과목을 배운 기억이 있다. 그런 교양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은 의학 이외에 다른 분야의 전문가이고, 본과가 돼서 배우는 임상의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과는 수업의 성격이 다르다.일반적인 대학 교수님들은 1년동안, 혹은 한 학기동안 한 과목을 책임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수업에 들어오고 마지막 수업할 때에도 들어오시는 분은 바로 해당 교수님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업을 진행하시기에 본인 수업의 커리큘럼에 대해 이해가 잘 되어있어서 어떤 수업을 어느 시간에 배치하고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그리고 하나의 수업 내에서 어느 내용을 먼저 꺼내야 할지도 수 년간 같은 수업을 반복해왔기에 능숙하게 할 수 있다.반면 의과대학의 교수님들, 특히 임상에서 환자를 보고 치료를 행하는 것이 업무의 9할 이상인 교수님들은 해당 과목의 책임교수가 아닌 이상 수업이 얼마만큼 진행되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교수님은 이미 수업을 진행해서 학생들이 알고 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내용들을 학생들은 모르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학교육실과 책임교수님이 해당 과목 수업에 들어오는 수십명의 교수님들의 스케줄을 고려해 시간표를 짜는 것이기에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좀 더 짜임성 있고 타이트한 수업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8-90년대만 해도 의학을 배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들은 바로는, 그 당시에 당연히 ppt라는 것도 없었고 아이패드라는 것도 없었기에 의학을 가르치고, 또 배우는 사람은 수업 하나하나가 노고였다고 한다. 그 때부터 수 십년이 지난 지금은 수업 듣기가 한결 편하다. 무거운 교과서들은 작은 아이패드 안에 모두 들어가 있고, 필기를 위한 종이노트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교수님께서 보여주시는 슬라이드는 이제 ppt의 슬라이드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과거의 의대생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날아와 의대수업을 듣는다면, 정말 편하게 공부한다고, 수업에 아무런 불만도 없을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의 의대생들은 또 지금 나름대로의 수업에 대한 고충이 있다. 교수님들은 수업 ppt를 직접 만드시기도 하고, 교과서 출판사가 보내 준 교수용 수업 ppt를 사용하기도 한다. 수업 ppt는 수업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만일 학생들의 입장에서 ppt의 내용이 뒤죽박죽이고 가독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그 ppt를 사용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일 것이다.문제는 이런 엉망진창인 ppt를 이용해 수업하시는 교수님들이 꽤나 있다는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 교수님의 수업자료의 퀄리티를 판단한다는 것은 굉장히 괘씸한 일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수업 자료가 읽기 힘들게 만들어 지면, 수업 자료를 보고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어진다는 게 사실이다.의학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의학교육 질에 대한 평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해당 주제와 관련해 오고가는 얘기들에는 의대졸업 이후의 의학 교육, 의대 학생 한명 당 교수의 수 등등 여러가지가 오고 가지만 학생들에 입장에서 의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은 역시 성적이 아닐 수 없다.의과대학의 성적은 향후 수련병원 결정과 수련과목 결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원하는 병원 혹은 과가 있는 학생은 여기에 목숨을 걸 정도로 열심히 하게 된다. 일부 패스 올 논패스를 도입한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교가 성적을 학점제로 매긴다. 학점은 책임교수 재량에 따라 비율이 정해진다. 4학점, 5학점하는 과목에 A 비율이 10%도 안 될 수도 있고, 1학점, 2학점 하는 과목에 A 비율이 50%가 될 수도 있다.대부분의 병원에서 인턴을 뽑을 때 보는 성적은 흔히 석차를 말한다. 10%p로 나눠서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매긴다. 그렇기에 학점을 잘 받아서 좋은 석차를 받는 것이 유리한데,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과목별로 학점의 비율은 달라질 수 있어서, 학생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 만일 내가 매우 열심히 한 과목에서 1등을 했지만 A를 100명 중에 50명까지나 준다거나 겨우 겨우 10등을 하였지만 100명 9등까지 A를 준다고 하면, 학생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일 뒤에 과목의 학점이 4학점, 5학점이나 하는 학점이 높은 과목이었다면 허탈감은 배가 되고 향후 공부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주변에 그러한 동기가 있었는데,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학점제가 아니라 석차만 나오는 석차제를 사용하거나, 전 과목을 패스 올 논패스로 진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꽤나 오래되고 여러 의과대학에서 사용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I will reverence my master who taught me the art'는 나에게 의학을 가르쳐준 이를 부모님처럼 모시고 경의를 표한다는 뜻이다. 앞의 글의 내용들이 다소 나의 스승과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늦게나마 든다. 하지만 나는 의과대학 교수님들은 먼저 앞서 길을 간 선배로서, 의학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영웅으로서, 그리고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으로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의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더 많이 연구하고 탐구해야 하듯이 의학교육에 있어서도 좀 더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교수자의 입장뿐만 아니라 피교수자의 입장 역시 반영된 의학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2-07-18 05:00:00오피니언

"2020년 의사파업 승자없는 전쟁…의사·정부·국민 패자"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지난해 여름 뜨거웠던 의사파업은 의사들이 패배했음에도 승자가 없는 전쟁이었다. 의사도 정부도 국민도 모두 패자였다." 의사외전 표지. 의과대학 교수 3명은 2020년 여름 의사 파업을 계기로 대한민국 의료의 불편한 진실을 기술한 '의사외전'(펴낸곳 허원미디어)을 최근 발간했다. 신간 '의사외전'은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김장한 교수와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가 저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책을 통해 ▲2020년 여름 의사들이 무엇을 외쳤는가 ▲정치와 자본주의는 의료를 어디로 끌고 가는가 ▲의사들도 모르는 대한민국 의료의 불편한 현실 ▲불편하다고 외면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등을 주제로 다양한 사례와 전문가로서 시각을 담았다. 공동 저자들은 "의사는 대한민국에서 공공의 적이 된 것 같다. 공공의료와 지역의료가 안 되는 것도 의사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험지를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작 지역공공병원은 임금 체불이 다반사이고 민간병원과 힘겨운 경쟁에 밀려 적자가 다반사다. 환자를 뺏기고 수가 문제로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으면 운영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현 의료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의사파업은 의사들이 패배했음에도 승자가 없는 전쟁"이라면서 "히포크라테스가 부활한다면 '파업은 짧고, 진실은 길다'는 명언을 남길지도 모른다. 수술 없는 봉합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며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 내부 현실도 깊이 있게 진단했다. 3명의 교수는 "복지부 공무원은 기재부가 정한 재정지원과 건강보험료율 한계 안에서 정치인과 대통령이 약속한 혜택을 국민에게 주어야 하는 묘수를 짜내야 한다"면서 "꾸역꾸역 주어진 돈의 한계 안에서 다소 불합리할 수 있지만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안을 의료계에 제안한다. 여기에 관변 학자들이 일조하고 언론도 의사의 비리를 터뜨려 여론을 관리해 나간다"고 주장했다. 의사외전 저자들, 왼쪽부터 김장한 교수, 김현아 교수, 박형욱 교수. 이어 "공무원과 의사 대표 사이에 진정한 의미에서 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적당히 들어주고 여론을 관리하고 의사의 반발을 적당히 무마하고 진행하면 된다"며 "이런 구조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진실로 대화하려는 공무원은 존재할 수 없다. 협상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고 해당 공무원은 무능한 공무원으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의사들 때문에 공공의료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의료공영성을 내팽겨 쳐왔기 때문에 행동하는 의사들이 만들어져 온 것"이라면서 "정치인들에게는 성찰의 모습은 없고 보복의 의지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교수들은 "앞으로도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과 같이 자본 앞의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자영업자로 밖에는 기능할 수 없는 의사만 많아진다면 의사 증원 정책은 2020년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고 비문명적인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들은 "의대생 증원과 공공병원 확충으로 대변되는 의료정책은 부동산 정책과 닯은 꼴"이라고 평가하고 "환자가 서울로 대도시로 몰리는 것을 막을 방도를 찾아야지, 언제까지 의사들이 산간오지로 내려가지 않는 것을 비난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2021-12-03 12:00:55병·의원

의학과 의료 퇴보시키는 수술실 CCTV 설치법

메디칼타임즈=박진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8월 23일 국회 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고 이제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회 본회를 통과하면 OECD 국가 중 최초로 전국 수술실 CCTV 강제화가 시행되어진다. 수술실내 CCTV 설치는 환자들의 찬성과 의료진의 반대가 명확하게 갈리는 내용이다. 시민단체와 환자들은 폐쇄적인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의료현장을 상세히 기록하는 디지털 장치가 필요하므로 수술실내 CCTV 설치는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그럴듯하고 논리적으로 느껴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면 심각한 문제점들이 많다. 의료는 의료진이 환자를 처치하는 진료의 영역이지만, 의학이라는 학문이 구체화되는 과정으로, 의학과 의료는 동전의 양면처럼 떼어낼 수 없으며 하나로 이어져 있다. 의학이 의료라는 현실로 나타나는 과정은 의료 시스템이라는 사회적 장치가 관여해 구체화된다. 질병의 발생과 치료를 다루는 학문적 의학과 실제적 의료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인데 비해, 이 둘을 중재하는 의료 시스템은 부자연스러운 인위적인 과정으로 정치권력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놓여있다, 수술실내 CCTV 설치와 촬영은 환자들이 가져야하는 당연권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발전하는 의학이라는 관점에서 일부 정치인,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의료진이 CCTV를 반대하는 수 많은 이유들이 있다.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의사외에도 수 많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근무하는데 이들의 사생활 침해, 인권유린은 물론이고 특히 부인과 수술등이나 처치등 환자의 알몸이 노출되는 영상이 인터넷에 떠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CCTV 화면의 정보가 수술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의 모습만 확인되는 등 아주 제한적이어 실제 환자 알권리 차원의 정보를 얻지못하여 소송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기본적 약자인 환자들의 알 권리라는 명분하에 너무 궁색한 변명처럼 느껴진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수술의 적극성을 훼손하는 데 있다. 최선과 차선, 평균과 기본 사이에서 선택이 필연적인 수술 현장에서 통계적으로 의료진의 최선은 대부분 환자의 최선이 될 수 있으나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환자나 보호자의 판단이 불가능하고, 의료진이 최선과 차선, 평균과 기본, 그리고 최악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환자는 알 수 없다. 역설적으로 의료진의 최선은 CCTV 강제화의 결과로 외과의사 본인에게는 추후 악(惡)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악결과는 소송의 대상이며, 의료진 입장에서 오히려 평균이나 기본적인 진료가 당장의 악결과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 된다. 결국 의료현장에서의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 수술실내 CCTV 설치로 인해 위험성을 감수하는 적극적인 수술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의사의 양심을 자극한다고 해결되지 못하는 인간 본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이 통과되고 시행되어도, 당장 바뀌는 것은 없다. 환자들도 만족하고 변호사들도 만족하고 의료진들은 더욱 조심스럽게 대처할 것이며, 법 시행이전과 이후가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5~10년이 지나, 장기간의 수술결과 즉, OECD통계는 말해 줄 것이다. 한국의 의료의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의료인과 법조인 등은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이다. 전문가 집단은 자신의 서비스와 활동을 규제하는 데 있어 시장과 국가로부터 상당한 직업적 자율성을 확보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인들이 국가 공인 면허를 통해 획득한 '규범적 권위'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 권위는 특정 상황에서 비전문가와 비교해 뛰어난 통찰력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지적 권위'를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공간에서 전문가는 늘 집중적인 폄하와 모욕의 대상이 되지만, 실제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사실상 사회를 경영하고 있는 현실이 그 권위를 유지하는 힘이 된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직업적 자율성을 침해하고 통찰력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을 현저히 깎아먹을 것이고 전문가 자율권을 퇴보시킬 것이다. 권위의 추락은 전문가 집단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퇴보하는 전문가 주의는 의료라는 생태계를 위축시켜 의학이라는 학문도 뒷걸음질 치게 할 것이다. 의학과 의료가 퇴보하는 상황에서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 집단에게 정책의 개입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극단의 이념을 추구하는 정책은 전문가집단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고통과 좌절, 패배감에 빠져들게 한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의료인들을 좌절시키고 패배감에 빠져들게 한다. 아직 코로나 19가 유행중인 현재 의료인들이 소명의식을 발휘해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며, 정부의 보편타당한 인식이 요구된다. 이제 국회와 정부는 "세계최초로 모든 수술실에 외과의사 감시장치를 달고 수술환자는 물론이며 수술실에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들을 감독하고 있다"는 오명을 벗어야한다.
2021-08-30 05:45:50오피니언

법조계 일각 '면허 취소법' 필요...타 직역과 형평성 위배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형 집행 후 5년간 의사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일명 '의사면허 취소법'에 대해 법조계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면허취소 범위에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포함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렸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대한의료법학회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보건의약식품전문검사커뮤니티와 지난 29일 '의료인 면허 및 의료행위의 범위'를 주제로 온라인 춘계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와 그 한계'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국회에 계류중인 의사면허 취소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전남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변호사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계류중이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는 등의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지 않도록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해당법안은 지난 2월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올라갔지만 의료계와 야당의 강한 반대로 제동이 걸린바 있다.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문직은 형사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전문직 관련 등록이나 자격이 취소되는 형태의 법률 규정을 두고 있다"라며 "의사 등 의료인은 일반 형사범죄나 일반 특별법 위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면허에 영향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파산선고를 받으면 대분의 다른 직역에서는 공무원, 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등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지만 의료인은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의료인 자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체를 유기하거나 살인죄를 저지르더라도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소리다. 박 변호사는 "국민은 의료사고가 빈발하는 의료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돼 진료를 받거나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의료인의 진료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며 "근본적으로는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적절한 결격사유, 나아가 면허규제 관련 기준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홍현준 검사도 "전문가 직역뿐만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금고 이상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를 면직 사유로 하거나 나아가 형의 경중과 무관하게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를 면직 사유로 하기도 한다"라며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에 대한 별도 규제가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고 위법 행위자에게 강도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면허취소를 놓고 법조계에서도 시선이 엇갈렸다. 박호균 변호사는 "의료사고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범죄에 대해서는 면허를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를 조장할 수 있다"라며 "최소한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환자의 생명을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면허취소의 근거를 갖추는 형태로 의료법이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신해철 사건을 예로 들었다. 고 신해철 씨에 대해 의료사고를 낸 담당의사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 1년 선고를 받았지만 의사면허가 취소되지는 않았다. 박 변호사는 "일부 의료인은 해당 법안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지만 향후 의료법 개정으로 면허취소 처분이 가능하게 되더라도 일정기간 경과 후 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다"라며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은 옳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면허 규제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사회의 대표적 전문직인 의료인의 직업윤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법률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현준 검사는 면허취소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홍 검사는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결과를 면허규제와 결부시켰을 때 의료행위를 소극적으로 행하게 돼 결국 국민이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관련 법률의 고의범이거나 과실범일 때는 필요적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해 의료인 업무 관련 범죄에 있어서는 엄격한 규율로써 준법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며 "의료계가 주장하는 면허관리원을 의료인, 일반국민, 법조인으로 구성해 다양한 사례를 토론하고 면허 규제의 기준안을 제시하며 자율적 규제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식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1-05-31 12:00:11정책
인터뷰

"모든 의사 포용하는 새로운 의사단체 필요하다"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정부가 자신하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물량 도입이 사실상 불투명하다는 방역 석학의 냉정한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올해 전국민 집단항체 면역 형성이 불확실하다는 의료계는 방역과 일반 환자 진료 사이에서 혼란을 되풀이하는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의사협회는 개원의단체로 전락한 만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단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방역과 의료기관 경영을 섭렵한 정기석 교수는 현정부의 허술한 방역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질병관리본부장과 한림대 의료원장을 역임한 한림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가 메디칼타임즈와 신축년 새해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사태 해법과 관련된 입장과 향후 의료계의 변화와 전망을 밝혔다. 우선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 실기를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정부 방역 정책 실기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확진환자 중 감염경로 미확인자가 5%에서 20%로 늘어났지만 정부는 방역 3단계 원칙을 훼손하며 1.5단계와 2.5단계를 추가한 이해할 수 없는 방역을 고수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방역 2.5단계를 유지하며 군경과 공무원을 역학조사에 투입하라고 지시했을 때 깜짝 놀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 경로를 모르는 무증상 확진자가 20%를 넘었을 때 방역단계를 3단계로 가야 했다"고 지적했다. ■방역정책 실기 작년 11월 시작 “3단계로 감염 확산 차단했어야” 그는 "매일 1천명 내외 확진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집단감염 유행을 막지 못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질병관리청은 눈치보다 본연의 역할을 못했고, 청와대는 제 역할을 안했다"며 방역 실패로 단정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상황은 지난해 대구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 방역 3단계를 통해 조기 감염 확산을 막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비임상 의사 전문가들이 방역 정책 혼란을 주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자칭 전문가로 불리는 의사들이 방역 정책의 혼란을 선도했다"면서 "임상을 모르는 이론만으로 방역을 재단했고, 문 정부는 이들 주장을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춰 방역 정책을 추진했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 신년 인터뷰에서 의료계의 단합된 목소리를 주문했다. 그는 "검경찰이 수사할 때, 소방청이 화재 진압 시 누구에게 물어보고 상황을 정리 하는가"라고 반문하고 "방역 정책 결정 과정 중 사공이 많아지면서 질병관리청 내부도 혼란을 겪었고 신뢰도는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백신도입 정책도 비판으로 일갈했다. 정 교수는 "정부의 발표대로 오는 2~3월 코로나 백신 도입으로 전 국민 집단항체 면역 생성과 재생산지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백신 5600만명분 물량이 올해 상반기에 안 들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바이러스 벡터)의 항체 형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항체 형성률이 70% 미만으로 러시아와 백신 공동 임상을 한 것은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보여진다"며 "국내외에서 백신 접종 후 변이와 이상반응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내 전 국민 접종이 가능하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에 시름하는 의료계 의협외에 새로운 대표단체 필요해 코로나 사태로 혼란에 빠진 의료계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 직역이 한 목소리를 내는 강한 의료계를 주문했다. 정 교수는 "지금의 의사협회는 개원의단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원의와 중소병원,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그리고 전공의 등을 모두 포용한 새로운 의사 대표 단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복지부의 일방적, 갈라치기 정책 기조는 새해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계 원로그룹을 활용해 의료계 대책을 지지하고 힘을 합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복지부에 끌려가는 기존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례로 그는 중증환자 병상 부족 사태 해법으로 국공립병원 전담병원 전환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등 민간병원에게 병상을 할당하는 방식은 의료인력 부담 가중과 기존 중환자 치료 면에서 비효율이고 일차원적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지방의료원 등 국공립병원 병상 전체를 비워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중증환자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올해에도 코로나 사태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상담과 교육 등 특화된 의료기관만 생존하는 새로운 의료생태계를 예측했다. 의료계를 향해 상담과 교육에 입각한 전문성 강화를 주문했다. 정 교수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감기 등 단순 호흡기질환 환자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등 중소 병의원도 기존 호황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처방 중심에서 상담과 교육 등 환자들에게 확신과 신뢰를 주는 의료기관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도 대비해야 한다"며 "복지부도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전문과별 적정 전문의 수 책정과 함께 의료전달체계, 수가 제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기석 교수는 끝으로 "의사 수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의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은 포기해야 한다"면서 "신종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는 의료환경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해 환자 치료 사명감만으로 사는 의사의 삶을 각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21-01-04 05:45:58병·의원

내일의 환자를 위해서

메디칼타임즈=이윤건 의료직에 입문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약한다.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나는 마땅히 나의 스승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나는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다. -나는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라도 누설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능력이 허락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의료직의 명예와 위엄 있는 전통을 지킨다. 동료는 나의 형제며, 자매다. -나는 환자를 위해 내 의무를 다하는 데 있어 나이, 질병 / 장애, 교리, 인종, 성별, 국적, 정당, 종족, 성적 성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다. -나는 위협을 받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그 시작에서부터 최대한 존중하며, 인류를 위한 법칙에 반하여 나의 의학지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이 모든 약속을 나의 명예를 걸고 자유의지로서 엄숙히 서약한다. |전남의대 본과2학년 이윤건|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종이기에 간호사, 수의사와 마찬가지로 직업에 임함에 있어 선서를 하게 된다. 이는 오늘날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제네바 선언이다. 예과 1학년 시절 교양시간 과제로 필사하면서 먼 훗날 나 또한 의사가 될 때쯤 이 선서를 할 수 있겠지 기대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필자는 이 선서를 기대했던 것처럼 의사가 될 때가 아닌 요즘 들어서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이번 의사 파업과 의대생 단체행동에 대해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들고 나온 것이 저 선서였기 때문이었다. “선서까지 한 의사들이 파업이라니 말이 되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모욕적인 말들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물론 히포크라테스가 살아있었던, 의술을 배운 한명 한명이 의료를 행함에 있어 절대적 권위자였던, 그 때였다면 선서의 글자 그대로 상황을 불문하고 의료를 손에서 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여전히 환자 한명 한명의 안위는 의사 개개인에 달려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국민 대다수에 해당하는 사람의 의료가 정부의 정책과 법안에 좌지우지되는 세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은 보건복지부라는 이름으로 보건과 복지를 하나로 묶어 놓은 기관이 집행한다. 그리하여 현 의료 정책 시스템에선 의료에 관련한 정책 또한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에 사회복지만을 공부한 사람이 수장으로 앉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려는 정책에는 현직으로 의료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들어가야만 한다. 탁상공론과 실상이 얼마나 다른 지, 진짜 문제의 원인은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현직 의사들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오늘의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내일의 수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한 이 상황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 또한 의사로서의 사명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선서에도 “나는 나의 능력이 허락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의료직의 명예와 위엄 있는 전통을 지킨다.” 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의료인과 예비 의료인은, 지방의료와 기피과 지원자 확충의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의대 정원 늘리기와, 의사의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없게끔 하는 부실의대 설립과, 안전성, 유효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첩약을 면역항암제보다도 우선시해 급여화 하는 것과, 그저 편의를 위해서 의사의 정확한 진찰을 건너 뛰게 만드는 원격의료 추진과, 의사를 공공재 취급하고 심지어 북한까지도 보내 버릴 수 있는, 미래의 의료를 망가뜨릴 정책들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0-09-28 05:45:50오피니언

의학, 그 본질로의 회귀

메디칼타임즈=최시연 |가천의대 의예과 2학년 최시연|"여러분...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이 했을 수많은 노력과 고민을 한두 마디 말로 표현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왔으니, 부디 힘들었던 일은 내려놓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수없이 고민하고, 처한 현실에 무력함과 불안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선배와 동기들을 보며 수없이 힘을 얻었었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온 우리에게, 첫 수업의 해부학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짧은 문장 안에 우리와 함께하셨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 괜히 울컥하며 피피티의 첫 장을 넘겼다. 길었던 여름이었다. 찬바람이 불어올 즈음,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복귀하고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왔으며 보건의료의 발전을 위한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 가 출범되었다. 하지만 모든 단체행동이 중단되었음에도, 여론의 거센 국시 구제 반대 아래 본과 4학년들이 국가시험을 다시 응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료인의 의견을 듣지 않는 현 정부의 정책 아래, 의료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전국적인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지켜왔던 최전선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길밖에 없었다. 이러한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의 외침을 집단이기주의로만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 학생들은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 또 이 깊은 골을 어디서부터 메꾸어나가야 하는 것일까, 막막한 고민을 한다. 문득 작년과 올해에 배웠던 '인간과 사회와 의학' 이라는 과목에서, 환자 또는 타인과의 의사소통 방법에 관하여 들은 수업 내용이 관련될 수 있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학교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우리가 현재 의료윤리학을 배우는 데에는 이와 관련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의료윤리학이 의학 교육의 필수 과정으로 들어온 역사는 20년 전의 의료 파업과 관련이 있다.20년 전 우리는 지금과 유사한 상황을 겪었고, 부당한 의료정책에 맞선 의료 파업이 진행되었다. 6개월간의 의료대란을 통해 의학을 보는 관점이나 철학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은 의료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의학철학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환자의 신뢰를 얻고, 환자와 상호 소통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윤리학 및 의료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의과대학을 포함한 의료계에 널리 수용하게 된 것이었다. 국가적인 의료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정책의 개진을 위해 의료인들은 의료윤리학의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상생을 위해서는 어느 한 집단의 변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20년 전의 파업에서 의료인들이 의료윤리학을 발전시켰듯이, 국민들도 건설적인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의료분야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가져야 올바른 의료정책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의학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의학은 철학 분야의 일환으로서 발전해왔다. 근대 의학이 경험과 실증에 기반을 두게 되면서 철학과는 다른 길을 걸어오게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의료인은 의료기술자들이 아닌 의학자들이며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의료윤리학과 의학철학의 존재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이야기하며 의료인 파업의 부당함을 외치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의료인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무게를 알고 있는 의학자들임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의료인, 국민과 정부 사이의 협력을 이루는 것은 어느 한 측의 희생도 아닌, 양측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의료윤리학의 발전은 의료계에서만 의미가 있는 학문이 아니다. 의대생으로서, 현재의 의학교육은 과거의 피드백들이 모여 만들어진 의학의 역사임을 새로이 되새기게 된다.
2020-09-21 05:45:50오피니언

복지부 "정부·국회·대통령까지 약속…전공의들 믿어달라"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등을 포함해 의료계 제기 문제에 대한 협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전공의들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와 국회 협의를 통한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후 의대 증원 논의를 공표해 의료계 반응이 주목된다. 복지부 김강립 차관 긴급 브리핑 모습.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31일 전공의단체 진료거부 관련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단체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다시 한 번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강립 차관은 이날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가 끝날 때까지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이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하자고 제안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주요 병원장 등 범의료계 원로들까지 정부의 합의 내용 이행을 관리하겠다고 전공의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전공의단체는 진료거부를 계속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오늘 문 대통령께서도 정부가 약속한 협의체와 국회 협의기구 등을 통해 현안 과제 뿐 아니라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들까지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를 거쳐 추진할 것을 말씀 하혔다"며 "정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의료계 원로에 더해 대통령까지 약속한 협의를 믿고 전공의단체는 조속히 진료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후 정부가 약속한 협의체와 국회 내 협의기구 등을 통해 모두가 공감대를 표명한 의료서비스 지역 불균형 해소와 필수의료 강화, 공공의료 확충 뿐 아니라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들까지 의료계와 함께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의사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오는 데 그 이상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라며 전공의들의 조속한 현장 복귀를 주문했다. 복지부는 9월 1일 실시 예정인 의사국시 실시시험을 일주일 연기해 9월 8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결정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의료계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 의료계와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 청와대) 김강립 차관은 "정부는 의대·의전원협회 시험 일정 연기 요청과 다수의 학생들의 미래가 불필요하게 훼손되는 부작용이 우려됐고, 향후 병원 진료역량과 국민들의 의료이용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고려했다"고 시험 일정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전공의들이 주장하는 의대 증원 방안 철회를 명문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유사한 문구로 충분히 전달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차관은 "전공의단체가 계속 주장하는 (의대 증원)철회나 전면적 원점 재검토 용어를 쓰는데 있어 그동안 진행됐던 여러 다른 분들과, 다른 목소리들과 진행과정을 완전히 무시해야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로선 그러한 요구 뜻을 같은 맥락이나 문구를 통해 최대한 요구를 수용하고자 하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김강립 차관은 "오늘 오후 의료계 원로들과 복지부장관 면담, 오늘 저녁에는 총리님께서도 이분들(의료계 원로)을 만나 뵙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외에도 비공개 여러 창구를 통해 의견이 계속 교환되고 결정을 찾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물밑협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대구지역 수련병원 현장조사에 따른 대학병원 교수들의 반발과 관련, "정부는 의료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전제하고 "최대한 현장에서 부작용이나 불필요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해 진행 하겠다"고 답변했다. 남원시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 중인 공공의대 설립 전담인력 배치는 복지부와 무관함을 분명히 했다. 김강립 차관은 "남원시청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공공의대 법안은 국회 상임위 전체 논의가 진행된 바 없다"고 말하고 "아직 법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법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학생 선발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최대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공의대 학생들을 선발하게 된다"며 일각의 추측성 주장과 오해를 일축했다. 김 차관은 "오늘 정부가 제안하는 내용의 진정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조속히 환자들의 곁으로 돌아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의사국시 시험일정 연기에 따라 혹이라도 불편을 겪는 분들의 이해도 아울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20-08-31 17:08:11정책

학생의사, 흰 가운의 무게를 견뎌라

메디칼타임즈=이호명 |원광의대 의학과 3학년 이호명| "선생님, 링거 쪽으로 피가 올라와요! 어떻게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임상실습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던 3월의 어느 날, 한 보호자의 요청은 나를 두 번 당황하게 만들었다. 일단, 내가 생각한 나는 '선생님' 이 아니었다. 아직 병원보다 강의실이, 출근보다 등교가 익숙한 학생이었기에, 몇 번이고 '선생님'을 찾는 목소리에도 그것이 나를 향한 것임을 깨닫는 데 한참이 걸렸다. 뒤늦게 달려갔지만, 이동식 침대 위 환자에게 학생의사가 해줄 수 있는 처치는 아무 것도 없었다. 무엇도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의 간절한 눈빛은 나를 알 수 없는 무력감에 젖어 들게 했다. 이내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스테이션에 계신 간호사 선생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하지만, 한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였기에, 정말 태연하게 들렸을 지는 모를 일. 병원에서 흰 가운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복잡한 병원 구조에 길을 헤매고, 혹여 모르는 게 생길까 하루 종일 책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어리숙한 학생의사였지만, 적어도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달랐다. 흰 가운에 청진기와 펜라이트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교수님들, 레지던트 선생님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가장 먼저인 의료현장에서 어떠한 자의적인 의료 행위를 '하지 않는', 아니 '하지 못하는' 학생의사가, 현장의 최일선에 있는 의사로 비추어지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이 날을 계기로, 실습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실습을 시작할 즈음, 책으로 배운 '죽은 지식'에 실습이라는 생기를 불어넣어, 탁상공론만 하는 이론가가 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수업을 들을 때와 다름없는 등록금을 지불함으로써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하는 학습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부딪혀보니 임상실습 과정은 학습권의 행사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흰 가운을 입음으로써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감이 더해졌다.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의사 자격을 갖춘 후가 아닌, 흰 가운을 입기 시작하는 '화이트 코트 세레모니' 때 외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그래서 학생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지는가'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3월의 이 날에도 5월의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나를 찾는 보호자 앞에서 당황할 것이고, 주사바늘을 다시 꽂아주는 것도, 수액 양을 조절해 주는 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변함없이 간호사 선생님을 불러드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흰 가운을 입은 나를 의사로 알고 있을 환자와 보호자를 생각한다면, 환자 치료 과정의 일원이라는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진다면, '큰 일 아니니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간호사 선생님께서 조치해 주실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환자를 안심시키는 말 한 마디, 따뜻한 눈맞춤 한 번 전할 수 있지 않을까. 냉정하게 환자의 치료에는 아무 영향이 없겠지만, 환자가 치료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조금이나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의사로 오해받으며, 수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제야 익숙해진 병원 위치에 대한 물음 외에는, 여전히 내가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처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언제쯤 CT를 찍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고, 지독히도 병이 안 낫는다는 호소에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 하지만, 공감의 눈빛, 따뜻한 말 한마디로 환자가 위로를 받는다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는 마음을 환자에게 기꺼이 내어 보인다면 나름대로 '흰 가운의 무게'를 잘 견디고 있는 것이 아닐까?
2020-06-22 05:45:50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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